수련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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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님 어디 가셨어요?"

유 범사가 물었다.

"멀리 가셨어요."

사무국장이 대답했다.

"그럼 오늘 안 오셔요?"

"못 오실 겁니다."

어쩐지 자동차는 있는데 사부님은 보이지 않았다.

뒤꼍에서 유 범사가 원 범사한테 반탄신공을 가르쳐 주었다.

"앞으로 숙일 때는 발가락을 들고 뒤로 젖힐 땐 뒤꿈치 들어요."

사무국장이 조언했다.

"평소에 반탄신공을 하셔야 단전이 좋아져요. 천룡수 처음에 오른손 하반장도 단전으로 하는 겁니다. 그다음 왼손으로 턱을 가격할 때도 단전이구요. 그리고 오른손으로 다리 감는 것도 단전으로 합니다. 특히 육합은 단전으로 해야 돼요. 검도 마찬가지죠."

내가 물었다.

"모든 수가 단전으로 하는 겁니까?"

"그럼요."

단전에 주를 하고 행하라는 말을 누누이 들었어도 막상 수련할 땐 동작에만 치우쳤지 단전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아직도 초보 수준이다. 어찌할꼬.

솔밭에 집합했다. 총무원장이 말했다.

"사부님은 출타 중이십니다. 사부님의 안위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단배공은 21배를 하겠어요."

도반들이 힘차게 "단 - 배 - 공 - !" 을 외쳤다. 음파공은 소리로써 기맥을 열어 준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구름 한 점 없었다. 겨울인데 청명한 가을 하늘 같았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없었다. 소나무 숲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육합단공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내가신장. "지, 천, 합, 틀, 무" 를 외친 다음 두 손 들고 엉덩이 뒤로 빼고 무릎을 조였다. 총무원장이 일일이 자세를 점검했다. 내게로 오더니 지적했다.

"곽 범사님, 팔을 그냥 들면 안 돼요. 앞으로 밀면서 두 손은 당겨야죠."

죽비를 들더니 총무원장과 사무국장이 한 사람씩 타통을 해 주었다.

"아야!"

뒤쪽에서 가냘픈 비명이 들려왔다. 여성 범사가 등판을 죽비로 맞으니까 아팠던 모양이다. 사무국장이 미소를 띠었다. 나도 타통을 받았는데 종아리가 따끔하게 아팠다. 기맥이 안 열린 듯.

저 앞에서 정 범사와 문 범사가 내가신장을 중지하고 육합을 하더니 다 끝나자 점퍼를 입고 내려갔다. 점심 준비 때문이다.

"뒤꿈치 드세요."

내가신장 시작한 지 1시간 된 것 같은데 또 뒤꿈치 들라니. 다행히 조금 있다 내리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내가반탄장으로 들어갔다. 어찌나 반갑던지. 하늘을 바라보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김 범사 자세가 눈을 끌었다. 내가반탄을 뒤꿈치 들고 하는 게 아닌가. 열의가 대단했다.

좌우반장, 타권반장, 반장찝기는 1회에 세 번씩 하고 원반법, 원반반장은 한 번씩 진행했다.

난데없이 계곡에서 경을 읽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오늘은 좀 조용히 수련할 수 있을까 기대했건만 웬걸, 푸닥거리가 또 시작됐다. 총무원장이 짐짓 목청을 높였다.

"오른쪽으로 범도! 반장 없이 전행각 합니다. 하나, 둘, 셋......"

50번이나 했다. 근데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1회에 세 번씩 하라고 또 지시했다. 다리가 안 올라가 시늉만 냈다.

대도는 틀기와 제끼기 20번씩 했다. 총무원장이 구령을 천천히 불러주어 리듬을 맞출 수 있었다.

소도는 저 아래 나이가 지긋한 이 범사 부인이 아주 낮은 자세로 서서 놀랐다. 세월이 흐르니 공력이 쌓였구나.

금계독립은 흔히 장수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발로 서서 그런 모양이다. 오늘따라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렸다. 장수하는 두루미는 잠잘 때 한 발로 서서 잔다는 이야길 들었다. 금계화장은 기력이 없어서 도저히 발을 올릴 수가 없었다.

허공은 힘들어서 주저앉다시피 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고 범사와 몇 사람은 원칙대로 자세를 유지했다. 요령을 피운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외보로 돌 끌기 들어갔다. 땅이 질어서 의견이 분분했다. 조 원장과 고 범사, 최 범사는 서둘러 산기슭 낙엽을 치웠다. 하지만 총무원장이 제지했다.

"산을 어떻게 올라간담. 그냥 여기서 멀리 돌면 돼."

다들 묵묵히 오른발에 돌을 매달았다. 총무원장이 당부했다.

"서서 하면 아무 소용없어요. 앞발을 크게 떼야만 뒷발을 천천히 끌 수 있죠."

구령에 맞추어 오른쪽 300번, 왼쪽 300번 실시했다. 신발은 진흙에 몸살을 앓았다.

천룡수 실시했다. 오른쪽 다섯 번, 왼쪽 다섯 번 했는데 도반들은 왼쪽도 능숙하게 펼쳤다. 나는 마냥 서툴렀다.

총무원장이 끝났다고 선언하자 조 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깔끔하게 끝났네. 기분 좋다!"

임 관장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저기는 대학교, 여기는 군부대."

아래쪽은 검 수련을 하였다. 사무국장 지도하에 21기 이하는 압정을 반복했다.

수련이 끝나자 총무원장이 소감을 피력했다.

"사부님이 출타하셨는데도 여러분 모두 수련을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보고를 드릴게요. 오늘 육합이 힘드셨죠? 19기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 그동안 육합을 약하게 했습니다. 오늘처럼 때로는 길게 할 필요가 있어요. 옛날처럼 강하게는 못하더라도 시간을 길게 끌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 같이 반배로 마치겠습니다."